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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박대성] 必論의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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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09회 작성일 12-01-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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必論의 돼지


껍질 아래, 삼겹살, 그 아래 아이스크림을 재우고 비계, 지방보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재우고, 나의 꿈을 재우고, 사랑을 재우고 나는 돼지가 되려합니다. 푼돈보다는 목돈이 나을까요? 푼돈들은 비계가 적다고 주인이 싫어한답니다. 모가지를 붙들린 목돈은 아이스크림이랍니다. 희고 맑은 비계. 그 아이스크림은 돼지들의 비계秘計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죽은 돼지를 본적 있습니다. 비계를 그렇게 단단히 그러안고 있는 둥근 책冊, 그래서 그 죽음이 오히려 가장 현묘한 비책임을 눈치 채게 하는 순진 덩어리. 둘러앉으면 사랑이니 독립이니, 자유니, 혁명 같은 돼지들의 이야기를 논하게 하지요.


돼지들이 절대 위를 쳐다보지 않는 까닭도 알게 되지요. 아이스크림이 녹아 어디론가 흐르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지요. 생각의 기울기를 높이는 일들은 삼가해야할 일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낮은 곳의 비책이야 말로 현묘한 흰빛이라지요. 어쩌면 구정물과 아이스크림은 이음동의어 아닌가요? 아이스크림은 차가운머릿속에서 얼지요. 생각의 알처럼 말이죠. 차가워야 부화 되는 알들을 돼지들이 품고 있답니다. 혹 우리의 머리는 너무 뜨거워서 비계가 없다는 역설을 누가 주창하려는지요.


돼지에게 말을 걸어 본적이 있지요. 고저장단은 있으나 하모니가 없는 간결한 그들의 언어도 비계이지요. 알아들을 수 없으니까 탐구 혹 외면의 대상이 되는 거지요. 돼지들은 똑똑하니까 왜 그런 말을 쓰는지 돼지들만이 알지요. 누가 돼지들의 말을 오역없이 통역하려는지요. 그들의 모국어를 비명悲鳴이라 오역해 놓은 것처럼 말이죠.


차가운 비계를 본적 있나요? 잔칫집이나 喪家에서 만남과 이별의 必論에 대하여 격론을 돌리는 것을 바라보는 차가운 아이스크림.


진정한 아이스크림은 너무 차서, 너무 두려워서 홀로는 먹을 수 없는 거지요. 적어도 두엇 , 서넛이 둘러 앉아 필론의 비계秘計에 대하여, 수저 혹은 칼, 가위 같은 쇠붙이를 들고서야 우리는 안도하게 되는 거지요. 그러나 그 아이스크림은 곧 우리를 혼곤히 취하게 하지요.


우리가 가장 무기력해지는 돼지들의 시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