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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박대성] 밟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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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36회 작성일 12-01-1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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밟았을 때


밥풀을 밟아 본 적 있다.
미끈, 물큰, 그저 만만히 밟히기만 하던 밥풀
납닥해진 밥풀이 다시 원래의 모양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눌리킨대로 그대로 누름을 받아들일 뿐인


늦은 하루에서 돌아오는 아버지의 허리를
꾹꾹 밟아드리다가 물큰,
속살을 밟은 느낌
사람을 밟은 느낌


희미하나마 저항은커녕
밟으면 밟힌 대로 시원하다고만 하던 아버지가
늦은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납닥한 밥풀 하나로 걸어들어 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