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최명선] 그리하라 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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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라 하시면
짙푸르게 펼쳐진 청보리 사이
노란 장다리 하나 모가지 쑤욱 내밀었네요
꽃 한 송이 피워보려
혼신으로 들어 올린 필생의 발꿈치,
바람도 저 거룩 앞에서는
차마 숨소리 크게 켜지 못할 것이니
어디서 왔느냐고, 어떻게 왔느냐고
그저 못 본 척 묻지 말고 가세요
생각하면 척박한 생 어디 한둘일까만
무엇 될 수 있다면
되어 소망 이뤄 줄 수 있다면
홀로 된 저 꼿꼿한 슬픔 곁에서
든든한 수컷 되고 싶어요
가슴 넓은 수컷이 되어
무장무장 따듯한 일가 이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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