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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최명선] 다시 피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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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68회 작성일 12-01-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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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는 어머니


벚나무 한 그루 맨 몸으로 서 있다


봄 채 오기도 전 어미 몸 창을 내며
세상 밖 궁금해 하던 철부지 어린 것들
이제 일가 이루어 모두 떠나고
빈 집 지키는 건 바람뿐인데
투박하고 거칠어진 생의 외피만큼
무례히 말라가는 관절 속 물길


그 길에다 추억 몇 심어드리면 어떨까
두레상에 숟가락 소리도 예닐곱 올려놓고
굴뚝 밖으로 피어오르던 매캐한 생솔 향
눈물 꿰어 몇 줄 달아놓으면 어떨까
뭐 해 달라, 뭐 사 달라 생 투정도 부리며
팍팍, 살아갈 힘 키워드리면 어떨까
생각은 점점 사모를 낳고
사모가 낳는 따듯한 마중물


그 문 열고 뚝뚝, 푸른 어머니 핀다
깊은 불면 뿌리를 키우며
가지 끝 활짝, 적막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