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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최명선] 추억을 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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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78회 작성일 12-01-1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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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앓다


하교시간,
한 무리 참새들 버스에 올라타더니
쉴 새 없이 콩닥콩닥 말방아를 찧어댄다
어느 것이 알곡인지 어느 것이 껍질인지
한데 엉겨 쌓여가는 왁자한 도정
조용하라, 누군가 언성 높여보지만
삼십초의 정적 끝 다시 감아대는
시리도록 푸른 무례의 방아여
몇 번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사이
낡은 기억 읽어주던 작은 참새들
제 둥지 찾아 모두 날아가고
남아도는 고요 속 수북한 말 껍질들
헤집어 알곡 몇 마음에 담는다
지붕 없는 새의 빈 둥지처럼
비었던 가슴 밭에 푸른 물 듣고
쉼 없이 돌아가던 소음의 피댓줄에
상추처럼 푸들거리는 열다섯 풋추억,
어제를 찾은 곳이 버스 속이었다면
내일은 또 어디서
빛바랜 시간 한 폭을 읽을 수 있을까
잠 걷고 떠다니는 물컹한 기억,
그 접혀진 시간의 주름을 펴며
무뎌진 서정에 풀무질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