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최명선] 오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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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
남편과 사별 후
시어머니와 둘이 사는 친구를 만났다
십이년 째 대소변을 받아내지만
얻는 게 더 많다며 환하게 웃는 그
속과 겉이 하나같은 진실함 속에
읽혀질 삶의 페이지가 그만 같다면
그 모습 기껍게 필사할 수 있다면
살아 덜 부끄러운 날 되지 않을까
고부간 나누던 눈의 깊은 말
나는 들을 수 없는 향기로운 말
미사여구 없이도 넘치게 따듯하고
어눌한 서술도 충분히 차가운
평심으로 눌러 쓴 필생의 章들,
한 줄 덜어 내 생 사이 서표로 끼운 후
인명록 제일 위에 그를 얹는다
들어 갈수록 더 찰진 문맥들 사이
잠시 나를 내려놓고 기대기도 하지만
바라보기도 차마 부신 육필 자서전
낡아서 더 귀한 양장본 그는
모방도 빛이 되는 아름다운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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