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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장은선] 곰 인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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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62회 작성일 12-01-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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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인 형


쓰레기장에 곰인형이 죽은듯이 떨어져 있다
거실에서 아이와 살림이 되어 뒹굴던 곰인형은
외로움보다는 사무치는 그리움을 한쪽 눈에 담고 있다
칠이 벗겨진 눈은 투정하며 요람에 들던
주인을 부르고 있다
찢겨진 팔다리는 의족이라도 있다면
절룩이며 아파트 계단을 오르겠지
아이들이 게임기를 들고 동네북처럼 조롱할 때마다
일렁이는 슬픔에 나뭇잎이 흐트러진다
칭얼대는 아이는 집나간 엄마의 얼굴을 그리며
곰인형을 젖처럼 빨며 북극의 태양을 건너갔단다
내리는 빗줄기에 실핏줄이 드러나도록 몸을 씻으며
곰인형은 중얼거리네
세상에 사랑 아닌 것은 없어
봉제공장 여공이 야근에 졸린 눈으로 실밥을 털고
빛나는 눈을 달아주던 날
어머니와 처음으로 마지막 따스한 눈을 마주쳤단다
내 아들아 세상에 나가서 잘 살아라
곰인형도 한뼘씩 기억이 자라나는 투명한 가을 햇살 아래서
상처가 깊어야 사랑이 된다는 소박한 꿈에 잠기네
미쳐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파트 공터에
흰 눈처럼 수북히 쌓여 주인 등에 포근히 잠들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