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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장은선] 바다로 가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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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69회 작성일 12-01-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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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기차


지퍼를 열며
기차는 풍경을 뒤로한 채
달린다
네온사인들이 점점이 소멸하고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후회와 슬픔까지도 추억으로 남긴다
승객들은 빵틀 안의 빵처럼
몇은 졸고 몇은 책장을 넘기며
밤새워 발효되기를 기다리는가 보다
밤기차는 스치는 마을과 들판들을
여백으로 지우지만
간혹 파꽃처럼 환한 집도 있다
저 집에는 돋보기를 쓰신 어머니가
오래된 재봉틀로 흉터를 깁고 있으리라
지문이 닳은 어머니의 손은
보푸라기 일어나지 않는 삶이
어디 있느냐고 박음질을 하였지
어머니가 달린 궤도엔
아기자기한 들꽃들이 피어나리라
태백의 뜨거운 국물로 긴 터널을 빠져나와
가슴의 지퍼를 올리자
정동진역 앞바다에서는
붉은 해가 어머니 얼굴로 솟구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