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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조인화] 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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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81회 작성일 12-01-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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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명


그런 곳이면 어떠랴
털털이 버스를 타고 지나는 길이면
만나는 동네
하루에 한두 번 마을버스가 들어와
노인 한두 명을 내려놓고 떠나면
뽀얀 먼지가 플라타너스 잎 위로 내려앉는 곳


수수타리꽃 키만큼 자란 묵은 밭 둑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면 마루 밑에 엎드려 있던 강아지
달려들어 옷을 망치기도 하면서
가마솥에 밥을 지으면 구수한 냄새가
옆집까지 불러와
김치보시기 된장뚝배기 호박잎을 쪄서 둘러앉아
네 집처럼 내 집처럼 정겨운 이웃들과 밥을 먹으리


서녘하늘에 걸린 노을 너무 붉어 설레기도 하면서
빨갛게 물든 얼굴로 갑자기 한 사람 더 밥상에 앉히고
나는 조금 더 정성스러워질 것이다
상추 겉절이를 무치고 오래 전 벗어 걸어둔 앞치마를 입고
간 해둔 굴비 한 마리 졸이는 동안
어둠이 조심스럽게 문지방을 넘는 것을
지켜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