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조인화] 가슴에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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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고
묘 이장을 하는 곳에 따라가 본 적이 있다
검도 흙 사이에서 사람의 뼈들을
추려내고 있었다
누군가의 가슴에 묻었을 죽음이 한 평
땅을 차지하는 일
우리 가슴은 몇 평이나 되는 것일까
썩히고 다시 썩히며
돌아서서 가슴에 묻는 이 일들
한 평도 되지 않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
순하게 받아 안는 불가항력의 상처들이
아프지도 않은데 가던 길에 제한을 받는다
항구에 달이 쏟아지고 정박해 있는 배들이
묶어진 줄 만큼에서 흔들릴 때
만개한 꽃들 앞에서 정지된다
빗장이 걸리지 않는 문이다
입 다물고 도리질쳐도 바람에 열리는 깊은 문
신음을 묻는다
지나는 길에 만난 부끄러움을
내 부족함으로 해를 끼친 곁에 돌이킬 수 없는
사죄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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