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조인화] 은행나무 사진 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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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사진
노인은 오늘도 창가에 섰다
저 은행 좀 봐..
대꾸해 주는 사람이 없다
어제도 그제도 저렇게 중얼거리시더니
여름내 비가 내려 노인은 불안했다
길 건너 가로수 길 그 중 암 은행나무
잊어버린 기억의 사람처럼 낯설어질까봐
빗속에서 세워두고 꼬옥 잡아두었다
좀 더 오래 행복하고 싶은 노인은 창을 가슴에 담고
오늘도 중얼거린다
“저 은행 좀 봐”
은행길
추석 지나고 나무에서 떨어진 은행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주웠다
바람이 가지를 치고 지나갈 때마다
떨어지는 노란 알들에 반해
정신 못차리고 주워담는다
오십년은 족히 되었을 은행나무 노랗게 물든
가을 길
누구나 똑같이 사박사박 밟으며 걸어가는데
컷! 밟히기 전의 저 무한공간의 잎들이여
은행눈
가을 눈 내린다
노랗게 성큼 내리고
가만히 밟힌다
쓸지 않고
치우지 않고
쌓이도록 가만히 두고 보는 일
가을에 맞는 이 황홀함이여
춤추며 눈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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