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조인화] 물나들이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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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나들이 나들이
아무도 없는 이곳엘 오늘도 왔습니다
척박한 산을 넘으면 바다가 보이고
까마득한 수평선 좌편으로 외금강으로 가는 뱃길이
햇빛에 은무늬 조각으로 부서지던
날들이 있는 곳
나는 그 때 조숙했던가 무심히
아카시아 나무들 낫으로 치며
풀이 무성하던 그 무덤에 숨은 청춘을
위무했지요
눈보라 속에 그대로 두고 싶지 않는 영상 하나
누이며
밟는 숲 속에서
개별꽃 작은 꽃잎이 졸졸거리며 흘러가는 소리 따라
꼬불꼬불 좁은 길을 올라가면 내를 건너고
인동꽃 막무가내로 흐드러져 있는 동안
아, 버리고 싶었던 것들 향한 가벼움
그 곳에 물나들이가 있어요
지나는 길에
혹은 잊혀진 사람들 가슴에
변하지 않는 오래된 물로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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