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김향숙] 더덕향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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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향 햇살
시골할머니 장터에 앉아
더덕껍질을 벗기신다
낮게 드리운 굽은 등
그림자도 함께 늙으셨다
진액 묻은 손가락들도
더덕더덕 더덕이 되어가고
속살 보얗게 드러난
소쿠리 안의 갓 벗긴 더덕들은
손가락 하얀 새댁들에게
담아내기 바쁘게 팔려 나갔다
좀 무거우면 어떠랴
닭 먹이로 이만한 게 없으니
더덕껍질 자루 소쿠리 머리에 이고
무릎 허리 비틀걸음 일으키신다
더덕향에 취한 햇살이
할머니 그림자를
정중하게 배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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