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권정남] 절벽, 그리고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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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그리고 소나무
한쪽 팔 걷어 부친 검푸른 자객이
비룡 폭포를 뛰어내리고 있다
무지개를 잡았다가 놓더니
휘두르는 칼날 허공을 반동강 내며
절벽위에서 춤추듯 외발로 서있다
하늘 찌를 듯 한 저 살기,
사십년 전 친정집 뒤란 대나무 숲에
스며들었던 자객이다.
복면 속 번쩍이는 두 눈동자
그믐 밤 낫을 들고 울타리를 넘어
휙 사라졌던 그자가 여기까지 따라와
그 날 밤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다.
숨막힐 듯 한 저 음모, 진퇴양난
사십년 동안 나를 쫓아다니던 스토커다
검은 회오리바람이다.
칼을 빼든 채 박쥐처럼 나를 쫓더니
비룡폭포 쪽으로 휙, 빠르게 몸을 날리다가
힐끗, 나를 돌아보는
저, 검은 자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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