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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권정남] 두만강 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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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27회 작성일 12-01-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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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변에서


백두산 다녀오는 길
여섯 마리 누런 소떼들이 길을 막고 선다
언덕을 내려다보니
벼랑아래 굴러 떨어진 송아지 한 마리
가오리 연처럼 네다리 벌린 채 나무에 걸려있다.
여섯 마리 소들이 뿔을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지만
엉덩이에 붙은 파리만 꼬리로 쫓으며
꿈뻑이는 큰 눈 벼랑을 내려다 볼 뿐이다
입에 거품을 문 어미 소 인 듯 한 소가
‘음머’ 하고 허공을 가르는데
언덕아래 잦아들 듯 메아리로 돌아오는
‘음매’ 소리


검푸른 두만강은 일 없다는 듯
유유히 흐르고 있는데
어디선가 방아쇠가 당겨질 듯한
숨막히는 정적, 살기마저 감도는
무섭도록 고요한 대낮,
이리저리 언덕길에 몰리고 있는 누런 소 떼들


비단 폭을 찢는 듯, 매미소리만 기염을 토하고 있던
그해 여름 두만강 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