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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권정남] 주목朱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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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03회 작성일 12-01-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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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朱木*


한 몸에 삶과 죽음을 거느리고 있다
950년 된 주목, 나무라기보다는 푸른 성城이다
적군과 아군의 화살이 치열하게 넘나들던
이끼 낀 성곽이다
살아있는 한쪽 몸엔 초록 피가 흘러
뾰족뾰족한 이파리들이 허공을 덮고 있는데
수의를 걸친 듯 죽어있는 다른 쪽 몸,
흰 뼈 같은 가지엔 학이 하늘로 비상하듯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하늘 땅, 전설 같은 이야기가 울퉁불퉁
목숨 같은 뿌리에 질리도록 감겨있는데.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붕새가 홰를 치듯, 시퍼런 물살이 허공에 굽이치는데
반生 반死,
구백오십 년 떠받들고 있던 성곽 위로
용이 된 이무기 한 마리 뿔을 쳐들고 천천히
승천하고 있다


* 주목 : 제주 아트랜드에 있는 950년된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