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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권정남] 솟대-덕혜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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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18회 작성일 12-01-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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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덕혜옹주


허공이 감옥이다
가문 높은 왕족으로 태어나
현해탄을 건넌 안개꽃 영롱한 소녀
일본순사 감시의 눈길 피해
날개 한번 펴지 못했다
조선의 딸이라
바람 많은 장대 끝에 홀로 앉아
흔들리며 소리쳐 울지도 못했다
눈동자 속엔 어머니가 조국이
지평선 노을처럼 이글거렸다
떠난 자 돌아오지 않는 나무 끝에서
목이 아프도록 한곳만 응시 하고 있다
쇠창살 허공에서 지아비한테 배반당하고
실어증에 걸린 나무새 되어
혼魂을 놓아버린 채
창창한 별 바라기를 하다가, 어머니를 부르다가
죽비 같은 천둥번개가 이마를 내리치는 날
추녀 끝 은비녀 빼놓고
은하 江 따라 날아가버린
장대 끝 나무새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고
소리치지 못한 높디높은


조선의 딸, 솟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