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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권정남] 속초엔 속초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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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80회 작성일 12-01-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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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엔 속초역이 없다


흑백 사진 속 속초 역은 물밑처럼 고요한데
민족의 붉은 피 덜컹 거리며 달리던 원산행 기찻길
그 검은 레일 누가 걷어버렸는지
면도날 아픔 서로 나누어 가지며 열차에 오르던
가슴이 허전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썰물처럼 개찰구를 빠져 나오던 사람들은
속초 바닷가 어디쯤서 모래알로 흩어졌는지
총성이 멎은 수복지구엔 아직도 해당화는 피고지는데
고깔지붕의 불란서식 건물,
속초역을 누가 기억은 하고 있는지
60년 세월, 빛바랜 사진 속, 웃고만 있는 살붙이들
잡풀처럼 자란 수북한 그리움이 혓바늘처럼 돋아나고 있는
동명동 450 - 195번지,
역이 있던 자리엔 현대식 모텔이 들어서고
청춘 남녀가 손잡고 들어서는 주차장 뒷마당엔
빈 비닐봉지만 울음처럼 뒹굴고 있는데


속초엔 속초역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