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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왕버드나무

백오십년 묵은 왕버드나무가
주산지 물 속에서 제 몸을 썩히고 있다
삭아 떨어져 나간 팔 다리에 서리꽃 환하게 피운 채
가지마다 풍경을 매단 듯 쩔렁쩔렁 소리를 내고 있다
연못은 오래된 사원처럼 정적이 일고
휘리릭 휘파람새 한 마리 허공을 가르고 있다
둥둥 누가 세워 놓은 물속 수마노탑*일까
육탈한 뼈 하나 하늘 향해 탑신을 받쳐 들고 있고
백사 같은 뿌리가 물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무너진 관절, 나병 환자처럼 문들어져 가는 육신을
거울 속처럼 말갛게 들여다보고 섰는 왕버드나무
업장에 든 노승처럼 고요하기만 한데
물 위에 우뚝 솟은 백오십년 묵은 수마노탑,
검게 빛나는 그 영혼의 사리탑이
세상을 향해 은싸라기 빛을 뿌리고 있다

* 주산지 : 경상북도 청송에 있는 호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의 촬영지
* 수마노탑 :빛이 아름답고 광택이 나는 석영石英의 일종인 수마노로 만든 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