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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김영섭] 토끼도 몸이 아프면 독초를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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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35회 작성일 12-01-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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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도 몸이 아프면 독초를 씹는다.


배암들이 몸에 상처가 생기면 개복숭아 진액을 바르고
그 잎을 씹어 뱉기를 거듭하듯이
장염 걸린 토끼는 눈이 맑아올 때까지
뒷발에 자작나무 가지에 달을 걸어두고
항체형성 기전을 모르는 독풀을 뜯는다.


호랑이와 꼬리를 묶고 은하수 건너뛰기에 도전한 가상한 용기는
연못가 부들 숲으로 사라지는 개구리를 보고 자살을 포기하고
귓바퀴 엔돌핀이 돌면 바위 이끼에 벌렁 드러누워
며칠 늘어지게 낮잠을 자지.


다 망가진 육신 곰 쓸개에 카테타 박고 반달곰 정력 고대하는
그 혈관도 부르셀라와 항생제들로 오염되어 있을지 몰라?
배 아프면 토끼 똥을 주어다 삶아먹던 시절은 어떤가?
황덕불에 고구마 탱글탱글한 생식 일탈은 어떤가?
탄소계산법을 아시는지?


들풀도 근사미나 그라목손의 내성으로 변이되어 가는 중이고
동물 생태계도 GMO 닮은 호르몬과 DNA 염기서열을 치환하는 중이고
옥토끼가 방아 찧는 가을 청천엔 별들도 가리워지는 날이 많았지
인간도 어릴 적과 늙은 적 제 똥을 먹었다는 상상조차 거두지만
토생원은 자기분식성이 있다네.

토끼가 왜 왜 몸이 아팠었는지 이제는 알 게다
풀밭이 풀이게 하는 일 쉽진 터
돌아가라, 계속가면 늪지다.
토끼 발자국이 보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