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2004년 [시-권정남]얼음이었다가 불꽃이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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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 시‘閨怨歌’에 부쳐
붓끝으로 생을 살다간
그대 시혼(詩魂)은
얼음이었다가
불꽃이었다가
오지 않는 님 그리며
베틀에 앉아 그리움을 짜다가
손끝에 흩어지는 거문고 가락은
보랏빛 한 숨이었다가
뼈 속 어둠으로 스며든다
조선 여자로 태어나
죄 되는 아침에
그대는 수심 깊은 연못
홀로 피었다 지는 연꽃이었느니
세찬 비에 못 견뎌 떨어지는
봄날 배꽃이었느니
꼿꼿한 붓 한 자루로
홀로 세상을 걸어간
그대 뒷모습은
얼음이었다가
불꽃이었다가
붓끝으로 생을 살다간
그대 시혼(詩魂)은
얼음이었다가
불꽃이었다가
오지 않는 님 그리며
베틀에 앉아 그리움을 짜다가
손끝에 흩어지는 거문고 가락은
보랏빛 한 숨이었다가
뼈 속 어둠으로 스며든다
조선 여자로 태어나
죄 되는 아침에
그대는 수심 깊은 연못
홀로 피었다 지는 연꽃이었느니
세찬 비에 못 견뎌 떨어지는
봄날 배꽃이었느니
꼿꼿한 붓 한 자루로
홀로 세상을 걸어간
그대 뒷모습은
얼음이었다가
불꽃이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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