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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지영희] 무단이 그릇이 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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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83회 작성일 12-01-1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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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이 그릇이 깨지다


너도 나만큼 사느라
온몸에 보이지 않는 멍이 들었구나
따뜻한 마음 받으며 온몸 뜨겁게 달구었고
차가운 눈빛을 견디느라 이를 꽉 물고 묵묵히 받아내었지
가끔 콕콕 찌르는 젓가락처럼
아끼는 이들로 받는 상처
이유 없이 아파야 하다니 운명이다 싶었겠지
말끔히 잊고 엎드려 있는데
가끔 등으로 엉덩이로 환한 햇살이 흐를 땐
이런 거야, 행복이
푸근히 늘어뜨리고 나도 즐긴다는 걸 아무도 몰라
인생이라는 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는 걸
서로 부딪히며 알아가는 거였어
사는 거야
나답게 사는 일이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라는 걸


아끼는 그릇이 맥없이 깨진다
그렇게 가는 것이 이것뿐일까
세상 모두가 가르침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