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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지영희] 엄마가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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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09회 작성일 12-01-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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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는 일


딸아이의 냉장고를 여니
문득 엄마 생각이 난다
딸집에 오면 편히 쉬며 대접만 받아도 될 터인데
들어서자마자 공 같은 몸으로
주방으로 화장실로 굴려
힘들만한 시간을 모두 빨아 당긴다.
내 나이보다 많았던 엄마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을까
홀로 소리 없이 구르며
고단한 삶을 따뜻하게 핥아주시던
스스로를 위해 한 번도 높게 튀어보지 않던
엄마를 딛고
우린 세상을 마음껏 튀어 올랐구나
냉장고 문을 슬며시 닫고 보니
공이 되는 일이 쉽지 않다.


엄마가 된다는 건
자식들을 가장 높이 올리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공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