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채재순] 등판에 소금꽃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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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에 소금꽃 피었네
팔순 기념 가족여행 중인 어머니
여기가 제주도냐고 계속 물으시네
그라운드에 난입한 시간과 격투 하느라
뒤로 쑤욱 빠진 엉덩이, 퉁퉁 부은 발등
세월에 할퀴인 자국 선연한 얼굴로
아직도 제주도냐
먹먹하게 새겨질 그 말
어두워져서 놓치는 소리가 많아도,
잘못 알아듣는 말들이 많아도
무덤덤한 귀
어두워져서
오독(誤讀)의 날이 많아도,
오기(誤記)의 나날이어도
아쉽지 않은 눈
저물어가는 혀로 인해
짭짤한 꽃 게장 맛나게 드시네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동안
등판에 소금꽃 피었네
정작 어머니 중얼거림에
귀가 어두워진 건 누구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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