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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채재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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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09회 작성일 12-01-1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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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몇 개의 국경을 넘어 간다
지문을 찍고, 카메라에 나를 들이대며 간다
숨 고르며 잠시 긴장된 눈빛으로
국경을 넘어갈 때마다 바뀌는 풍경
숨 가쁘게 먹여주는 것을 읽으며
책장을 넘긴다
배경을 꼭 꼭 챙기며 기념 촬영도 잊지 않고
걷고 또 걷다보면
여정은 줄어들고
여기서는 오래된 일인 듯 하품을 해대며
스탬프를 찍어주는 출입국 직원
후미진 골목길을 지나, 광야를 건너
눈 비비며, 도로표지판을 읽으며
가야하는 순례의 길
스스로 묶이고 중독되어 가는 길
가끔 되새김질 하는 순간
입안 가득해지는 단맛
그 끝에 고스란히 지어져 있는
고요한 집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