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채재순] 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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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입 밖으로 나온 말이 모두 기도가 되고
성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지
차고 넘치던 생각들을 버리며
쿵쿵 제 발소리에 놀라 뒤돌아보게 되는,
구름 기둥을 기다리며 걸어가야 하는 길
바람의 독서에 귀 기울이며
구름의 필체에 홀연히 빠지게 되고 말지
유난히 환하게 웃고 있는 유도화가
독을 품고 서 있어도
그것마저도 반가워
말을 건네며, 어깨동무를 하게 되고
어쩌다 싯딤나무 한 채를 만나는 날이면
말문을 잃고 무릎 꿇게 되는 그곳
무신론자도 걸어가면서
신을 찾고 또 찾다가
끊임없이 성전을 세울 수밖에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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