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이화국] 열린 공부방-눈이 먼 쥐새끼를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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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부방-눈이 먼 쥐새끼를 밟다
염리초등 담벽을 끼고 걷다가
오동통 살 오른 쥐새끼 한 마리를
그만 발로 콱!
조그맣고 귀여운 것이 한 뼘 쌓인
눈 위에서 구멍을 찾아 헤매다가 그만
내 발길에 콱!
십 년만의 폭설이라니
흰 눈 빛깔에 눈이 부셨으리
대낮도 한낮에 햇빛이 눈부신데
눈빛까지 보탰으니 눈 멀었으리
나도 눈이 멀어 백주대로에서
살생을 하였으리
발바닥에 전해오던 따뜻한 것의
몸부림, 움찔거림
살생은 전율을 부르고
슈퍼에서 셀프서비스로 타 먹는
종이컵이 떨리는 내 몸의 전율
목숨이란 공통분모는 등가였으리라.
생각하면서 아! 어느 날 누군가
두 눈이 먼 자가 내 목숨을 노린다면 어쩌나
습관처럼 단지 자기에게 이득이 안 된다는
이유 하나로
생각할 겨를 없이 발 먼저 튀어나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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