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이구재] 시인의 호칭은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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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호칭은 너무 아프다
시인의 호칭을 옷처럼 차려입고
얼마쯤 왔을까
계획된 내 삶이 한 날 무너져 내렸다
어느 회신의 날개에
미숙함을 돌아 볼 눈이 따라왔다
시심에 뻗은 무성했던 가지
잘라내고 잘라내고
뿌리까지 파버리고 싶은 부끄럼이
가시로 돋아났다
묵상하며 흐르는 깊은 강물을
그 조용함에 잠겨
햇빛을 닮고, 달빛과 별빛
폭풍우 눈보라까지도 잘 우려
깊고 깔끔한, 향 내는 은유를 건져야 한다고,
가시가 예리한 칼날이어도
깊게 더 크게 상채기 남기고 싶다
그러고야
시인의 옷에 빳빳이 풀을 먹여
차려입고 깃을 세울 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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