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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이충희] 더없이 가득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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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34회 작성일 12-01-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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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가득한 어느 날


방파제 끝 등대 어찌나 선명한 붉은빛인지
페인트 붓자국 마르잖았을 듯 싶은 그런
바다는 또 어찌나 푸른 은빛 아름다운지
백두대간 장대한 능선은 반투명으로 또 어찌나 그런지
뭐라 덧붙일 말씀을 못 찾고
매양하듯 두 손 모아 바라보았네


부두가 저만큼 내다뵈는 찻집
하나 둘 전등이 켜지고
어느 낯선 여행지에 와 있지 싶은 그런
고즈넉히 스미는 한기를 감싸 안았네


5, 6학년 연임한 초임지 제자 졸업 30주년
행사 초대로 가서 한 말씀 하라기에
중학교 입시가 있었던 팍팍한 시절이긴 해도
좀더 너그러이 좀더 사랑으로 가르치지 못했던 걸
용서 빌었다는 후배 말씀을 숙연히 들으며
그건 용서 받아야 할 일 아니고 열정이라고
그 열정이 오늘을 만든 원동력이라 부추기며
스물 근처의 순수, 무지 그리워하면서
서로의 부끄러움을 조금씩 위안 받았네


살면서 더러더러 이런 숨통 같은 보너스 같은
맑은 날이 있다는 거 얼마나 큰 은혜인지
남은 날들 더 맑게 살라는 뜻으로 새긴
동해에서의 하루는 더없이 가득한 축복이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