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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이충희] 더없이 맑은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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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64회 작성일 12-01-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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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맑은 어느 날


고수 주인장 커피에 홀려 언덕배기에 오르니
커피 볶는 냄새 문밖까지 자자하고
창가에 다소곳 수녀님 다섯 분
내 합장에 해맑은 미소로 답하시네요


찔레꽃 필 무렵 바로 그 자리에 계시던
비구니 스님께 차 공양 올린 일 퍼뜩 떠올라
조심스리 차 공양 올리고 싶다 말씀드리니
사양하시며 3박4일 휴가차 떠난 여행길이라시네요


얼마나 시간이 흐르고 나가시다 담소중인
자리에 오셔서 차 공양을 인사하시던 수녀님 한 분
혹시 김 아무개 선생님 아니시냐고 묻고
어머나 아무개로구나 얼싸안은 스승과 제자
감동의 꽃물결 커피 향과 어울어 왈츠를 추네요


사십 여 년 시공을 단박에 가로질러
열 살 그 어린 아이가 이리 장하신 모습이라니
곱상하고 공부도 썩 잘 한, 골 안집 막내따님
하느님의 딸로 거듭나 성모병원에서 봉사하신다네요


오십 줄의 제자 수녀님도 백발의 스승도 맑은 눈물
우리도 함께 아주 오랜만에 맑은 눈물에 퐁당 잠겨
맑고 맑은 세례를 받았네요

 

지난 밤 꿈에 스님 스쳐 가시더니
수녀님 월정사서 점심공양 드시고
여기 커피 명소 보헤미안에 들어 망중한이셨다네요
새벽 꿈 한 자락도 어찌 허투루 무관타하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