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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김춘만] 그는 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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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3,067회 작성일 12-01-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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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이다


길씨 아저씨 팔순이시다.
불편한 다리를 절룩거리며
딸을 보냈다.
복숭아꽃처럼 붉은 딸이
환하게 웃으며 돌아서자
늙은 아버지는 눈물이 났다.


서른 중반 훌쩍 넘긴 막내딸
시원할 줄만 알았는데 그래도 섭섭하다.


평생 부지런히 살았어도
아들 하나에 딸 넷을 보내고 나니
해줄 게 없어 미안하다.
마음만 한 아름 실어 보냈다.


붉은 고추밭에서 일하다가
고추 지주대 붙잡고 쉰다.
힘이 부치니 부치던 밭들도 내놓고
고추밭 하나만 지킨다.


매운 세상에 날아든
팔순의 학 한 마리
참 편하게도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