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김춘만] 쇠물안골 새들은 반사경을 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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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물안골 새들은 반사경을 쫀다
걸어서 쇠물안골 간다.
휘어진 고개 두어 개 넘는다.
골속에 담겨있던 안개
소리 없이 흘러나온다.
몇 겹의 치맛자락이다.
도로가에 서 있는 반사경이
저만치서부터 내 모습을 스캔한다.
산새가 날아와 반사경을 쫀 것은 그때다.
침입자를 쫀다.
마음이 자꾸 쓰인다.
새를 의심하고
그 의심하는 나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걸어온 길 반 쯤 비추다가
걸어갈 길 반 쯤 열어 보이는 반사경
그 속에 갇혀 버린 새와 나
부리가 부서져라
반사경을 쫀다.
산길 터벅터벅 오르다가
의심이 찍힌 사내가 갇혀 있다.
아직도 쇠물안골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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