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박명자] 무너지는 산성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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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산성 비
M상가 13층 빌딩 뒤편에서
시큼한 비 냄새가 돌아 나온다
가만히 솟구치던 낯선 새싹 하나
보도블럭 사이로 까칠한 주둥이를 얼른 숨긴다
빗방울 두어 개가 점프하며 지나간 후
반달무늬 상처가 내 손등에 금방 생겼다
어슬렁 돌아다니는 산성비 사이 사이로
풍덩한 바바리 코트의 사내 하나가
기침하며 담배가게 코너를 돌아 나갈 때
문득 세상을 건너 뛰는 일이 치사해져서
나는 몸을 조그맣게 움츠렸다
밭두렁 논두렁 파충류들조차 발돋움하고
장애물을 건너뛰는 눈이 부신 시간
나의 몸은 왜 밧데리가 약해지는가
짜놓은 연고처럼 시큼하게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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