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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2011년 [시-박명자] 숨쉬는 곡식 한 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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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18회 작성일 12-01-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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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곡식 한 톨

 

군 농협에서 열평 짜리 밭 한자리 분양 받고
흙에 엎드려 한 계절 보냈다


처음 소유하는 내 흙의 냄새
더없이 소중한 나만의 공간


아침마다 나의 소유권을 열고 보면
이랑마다 별똥별이 떨어져 눈짓을 보내준다


불볕 여름이 화살처럼 내려 꽂히고
갈증의 혓바닥이 지그 재그 주름살을 짓고 건너갔다


천둥소리가 때로 폭풍우를 동반하고 지축을 울릴 때에는
마음의 중심축이 왼쪽으로 기우뚱거리기도 하였다


여름장마 걷히고 어제의 것이 아닌 새로운 계절
새 심지의 태양이 오전중에 머무는 시간
나는 나의 오만을 몽땅 비우고
하늘 아래 빈손으로 겸허의 옷자락을 여미고 조용히 엎드렸다


아 한톨의 곡식 그리고 천근의 무게여
가뭄밭에서 길어 올린 시의 운율이여


숨쉬는 곡식 한톨 가슴에 안고
우주의 숨결 가을 이미지를 전신으로 느끼며 총총히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