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2011년 [시-박명자] 손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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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표정
차 한잔 마주 앉아 마시는 잠깐 동안
B교수님의 손 표정을 얼른 훔쳐 본다
생의 트랙을 돌아 나오시며 님의 속 마음을
동그마니 어느 역에 놔두고 오신 듯
그 손의 실핏줄에는 느낌이 전혀 떠오르지 아니했다
그가 자가용 핸들을 잡았을 때
혹 셀폰을 만지작 거릴 때
생각의 집채인 그의 커다란 몸체와
따로 노닐던 무기교의 손가락들
아득한 유년의 바람개비를 돌리거나
시야의 풍경 한 컷을 부채살처럼
접었다 펴거나
지인들의 꿈을 허공에 그래픽 뜨거나 할 때
습기 잃은 나뭇가지처럼 보였던 그 손
오늘은 500쪽 4.6판 잉크 냄새 풍기는
메타포어 한권을 택배로 보내 주셨다
그제서야 표정은 무지개 다리처럼 펼쳐지고
나의 디카에는 은유의 깃털 하나가
쓱 쏘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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