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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수필-이구재] 나무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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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96회 작성일 13-0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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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께서 만드신 것 중 신비스럽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 중 나무와 숲은 더욱 그렇다, 나무가 없었다면 생명체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집 앞에 있는 화단의 향나무 두 그루를 떠나보내야 한다

 

 

집짓고 입주한 기념으로 지인이 10 년생 향나무 두 그루를 조그만 화단에 심어 준 것이다.

 

 

이사 한지 20 여년, 밑둥도 제법 굵어졌고 키도 많이 자라 이층 창문을 온통 가로막고 있어 실내가 어둡다.

 

 

무엇보다 그 좁은 공간에 발을 묻고 있어 뿌리가 더 뻗을 곳으로 옮겨 주기로 맘먹은 것이다.

 

 

20 여 동안 밥을 먹여 준 것도 옷을 입혀 준 것도 아닌데 식구처럼 생각되어 여간 섭섭하지 않다

 

 

버스정류소 앞이라 오가는 이들이 버린 휴지조각이나 비닐 같은 쓰레기가 나뭇가지에 걸릴 때도 있었고 왕래하는 차들의 매연도 실었을 텐데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고 살아 준 것이 새삼 고맙고 장하게 느껴진다.

 

 

탈무드에 보면 마음을 가라앉히는 세 가지 방법으로, 명곡을 듣는 것과 조용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 멋진 향기를 맡는 것을 꼽았다 음악과 향기는 인위적 행위에서 나온 것이고 풍경 즉 푸름을 바라본다는 것은 자연의 숲을 대한다는 것이니 나무와 숲이 인간에게 주는 엄청난 위안을 초스피드 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넓은 땅에 가서 맘껏 뿌리 뻗고 더욱 푸름을 보여 주거라.” 밑둥을 쓰다듬고 이별의 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