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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수필-박성희] 꿈이 이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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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27회 작성일 13-01-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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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체조에서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 어머니 인터뷰가 있었다. 금메달을 따기 전날 꾼 꿈 이야기를 했다.

 

 

“양선수가 은·동메달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더니, 금메달은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며 이것은 내 거야”하더라는 것이다. 양선수의 간절한 소망이 엄마의 꿈으로 나타났던 것일까? 양선수는 우리나라가 올림픽 체조에서 첫 금메달을 따서 어머니와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선사했다.

 

 

그 꿈 이야기를 들으니, 2년 전 친정어머니가 들려준 꿈 이야기가 떠올랐다.

 

 

둘째가 대학입학수능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있을 때였다.

 

 

“용 두 마리가 승천하는데, 이무기들이 방해하지 않겠니. 네 아버지가 이무기들을 모두 없애더라. 그래서 용이 무사히 하늘을 오르는 거야. 용 두 마리가 누구를 의미할까? 은헌이와 은관이를 위한 꿈이 아닐까?”

 

 

프로이드는 꿈이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망이나 욕구가 꿈을 통해 반영된다고 했다. 당시 친정엄마는 매일 속초 청대산을 오르며 둘째가 원하는 대학에 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도드린다고 하셨던 터라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꿈으로 이어졌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의 꿈이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거라고 믿진 않았다. 이미 첫째는 1년 전 대학에 입학하여 용 한 마리가 큰 아이를 의미한다고 여길 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난 엄마의 꿈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유신의 동생 보희는 자신이 눈 오줌에 서라벌이 잠기는 꿈을 꾸었다. 동생 문희에게 말했더니 그 꿈을 사겠다고 하였다. 그리곤 자신이 아끼던 비단 치마를 꿈 값으로 지불했다.

 

 

그 꿈을 산 덕분일까? 문희는 김춘추의 옷고름을 달아주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왕비가 되었다.

 

 

엄마는 꿈을 그냥 주겠다고 하셨지만, 나도 어머니에게 꿈 값을 지불해야 효험이 있을 것 같았다.

 

 

“엄마, 꿈 값을 통장에 넣을 게요. 다른 사람에게 꿈 이야기 하지 마세요.”

 

 

엄마는 한사코 만류하셨지만 난 전화를 끊자마자 돈을 보냈다. 그때 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둘째는 내신이 안 좋아 일반 논술전형만 보았고, 모의고사 성적도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런데다 고3 내내 자주 아팠다. 수능 전 날도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아이의 기침 소리에 다른 아이들이 언어와 외국어 듣기 영역 시험에서 못 듣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다. 2학기 들어 재수 계획을 세워둔 터라 시험장으로 향하는 아이에게 격려의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꿈 덕분이었을까? 둘째는 자신이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점수를 받았다. 잠시 머리 식히기 위해 본 논술전형에서 합격하여 가슴 조이며 기다리지 않아도 됐고, 더군다나 이공계 장학생이 되어 3.1 학점만 유지하면 졸업 때까지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큰아이는 3학년이 되어 이공계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그러니 엄마가 꾼 용 두 마리는 아들을 위한 꿈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등록금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나에게 준 큰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