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이은자]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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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처음 본 것은
피난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겨울
너는 터진 내 신발 구멍에 있었고
젖은 발가락 사이에 있었다.
휴전 직후
여기저기 나딩구는 탄피들처럼
내 주변에 즐비하게 있었다.
너로 인해 죽으리만치
네 덩치가 커진 일도 없었지만
너를 따돌릴 정도로
내가 앞지른 적도 없었다
한동안 네가 보이지 않길래
내 곁을 영영 떠난 줄 알았더니
육십고개 넘는 이 고단한 저녁
모습을 달리한 네 앞에서
꼬꾸라져 이렇게 통곡하는구나
어느새 너와 친숙해 있었다는 걸
이제사 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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