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조외순]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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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돌아서는 인적 드문 골
흐드러진 창꽃 향기
댓잎 사이 바람으로 실리는
묻어버린 추억의 아버지 고향
짚수세미로 뽀얗게 닦은 하얀 고무신
이십 리 자갈길 걸어
장터에서 팔아 오던
숙여진 고개 똬리위의 보리쌀
한탄 섞인 시집살이 무게는
저 깊은 꽃길에서 아직 일까
그 여심 아려
긴 세월
냉랭한 습지 속 움켜쥐던
아카시 뿌리의 아픔을 풀어놓고
시들어 야윈 어머님의 혼백
찰랑이는 푸른 바다 너울 너머
별빛보다 더 머언 길 슬픔으로 띄운다
양산 퇴약볕 아래
등지고 누웠어도 흙냄새 행복했네
못 다 부른 사랑가
풀숲 사이 잔바람이라도 들을까
밤이슬로 소리 없이 내리는데
죽음보다 긴 이별
얽어맨 그 인연 그대는 떠나고
혼자 고향을 지키라하네
선산 위로 메아리치는
구슬픈 뻐꾸기의 울음소리
더욱 야속한 윤삼월
젖먹이 일곱 살배기 내아버지 눈물 두고
짧은 하루해는 말없이
산등성 위로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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