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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조외순] 청대산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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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38회 작성일 13-01-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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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쳐 간 흔적들은 불규칙적으로 다듬어진

흙계단만이 아는 비밀일 것이다

선뜻 가슴 열지 않는 장마비

지렁이처럼 꿈틀대는 밤꽃의 주검위로

지난 밤 수줍게 젖어 내렸나보다

 

한잔술에 거나하게 취한 술패랭이꽃은

산발한 머리오리로 나를 반기고

살짝 교태어린 수줍은 타래난초여인

푸른 하늘빛을 뾰족한 시기심으로

찌를 듯 솟구치며

게으른 산행의 무심함을 홀리고 있다

 

한계를 정하지 못한 목표의 꼭지점은

내 발길 머물러 주춤이는 곳이지만

아담한 정자 지어놓고

흔히 정상이라 부르는 곳까지

되돌리고 싶은 허물어지는 인내력

결심의 발자욱 포개고 포개 땀으로 오른다

 

구름 살짝 비킨 하늘 아래

하늘바다 수평선 위에 동해가 잠기고

개미집처럼 조물조물 드나들던 속초전경

녹음 짙은 여름마음에 담고 돌아설 적

풀섶을 헤치고 나온 까치독사 한 마리

소꿉장난 같은 내 삶의 틈을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