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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지영희]작은 것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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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86회 작성일 05-03-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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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위로 스믈거리는 피들의 휘돌림을 느껴보아야겠다.
빠른 길을 오느라 잊고 있었던
골목길을 오를 때 차오르는 숨결의 높낮이를
블록담 밑에 끼어 피는 풀들의 해바라기를
누구와 누구는 좋아한다, 누구 바보라는 낙서를
담 모퉁이에 기대어 졸고 있는 고요함을
자동차에 밀려 사라지는 따끈따끈한 발자국 소리를

혹은
배 안에서 일어나는 소리
흰머리 나느라 근질거리는 머리 밑을 쓱쓱 긁다가
흘깃 쳐다본 푸른 하늘
빈 오후를 희롱하는 라디오 소리
모두 내 안에 들어가 휘돌아 다니는
이 떨림을
따라 다녀 보아야겠다.
모처럼 찾아 온 초여름 오후를 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