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양양덕] 또 하나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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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버스가 달린다
멀미 입에 물고 간간히 졸며
문을 열고 내어 달린
육십의 삶이 그 속에 있다
산 그림자 재촉하며 쫓아오는 땅거미
까만 인삼밭 지붕을 넘어
낯선 시간의 문을 연다
두 눈 부릅뜨고 쉬임 없이 달렸지만
서서히 어두워가는 여명
나는 문둥이가 아니라고
어느 시인이 피 토하며 걸었던 황톳길
허물어진 담벼락 옆
샛노랗게 민들레가 피었다
등 굽은 초등달
초저녁 바람에 시달리고
태양의 발자국 소리 멀기만 한데
저만큼 또 다른 문이 나를 맞는다
아직도 버스는 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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