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정영애] 휴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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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공중전화로 너의 안부를 묻고 싶어
네가 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발목 없는 짐승처럼 절룩이며 네게 닿고 싶어
머뭇거리는 숫자마다 피가 돌아
따뜻해지는 지문들
딸깍, 동전 떨어지는 소리
어둠에 불을 켜듯
귀 속 환해지고
물음표로 이어지는 신호음의 부호를 자꾸 풀고 싶어
하얀 셔츠의 단추를 끼우다 무심히 받은
잘 마른 수건 냄새 나는 목소리 온몸으로 감고
사막을 건너는 아라비아 여자가 되고 싶어
너의 부재가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하면서
돌아서는 등 뒤로
지나가던 사람들의 웃음소리 팝콘처럼 쏟아질 때
왈칵, 울고 싶던
공중전화가 사라진 그 자리에 관해
정말로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어
빌어먹을! 또 가을 타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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