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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정영애] 비열한 모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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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72회 작성일 13-01-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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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추억’이라는 모텔 앞을 지나가다

달빛 같은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는

군인과 아가씨를 본다

모텔에서의 하룻밤이 추억이 된다면

우리의 추억은 몇 회쯤 되는가

혹, 이별을 면회 왔을 그녀의 구두가

충성을 맹세하며 포복 할

일등병의 무릎을 찍고 지나갈지도 모르는데

 

고정관념의 육면체로 서 있는

굳건한 모텔의 이마를 올려다보며

차가운 골목 담벼락에 붙어

서투르게 더듬던 첫 입맞춤을 생각한다

그 밤

마루의 괘종시계처럼 밤새 잠 못 들고 둥둥거리던

 

추억모텔로 들어가는 그들의 결심을 바라보며

서둘러 저지른 그들의 추억을, 그래서 생의 저 멀리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휴지 몇 장의 허무를

모텔 혼자 굳건한 그리움으로 간직해 줄 것이라

비겁하게 믿으면서 추억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