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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정영애]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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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20회 작성일 13-01-0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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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유행하는 주름치마를 입으며

오래전 그 집에 살던 여자들을 생각할 때

덜컥, 오십이 되었다

마흔 아홉에서 쉰은 하도 까마득하여

마음 놓고 있을 때

몸은 여자의 바깥을 지나가고

개기일식처럼 한순간 캄캄해진 나이

마음은 아직 스무 살에서 건너오지 않았지만

그런저런 일들이 둥근 봉오리로 맺혀

오십은 능소화처럼 한꺼번에 피었다

송이송이 피었다 지는 생의 에피소드

오십과 쉰의 안팎을 여미며

겨우 흰 머리카락 몇 올 뽑았을 뿐인데

 

봄날

늑골 어디쯤 텅텅 비어가는 여자를 바라보면서

꽃무늬 양산 받치듯 몰래 뒤돌아보며

눈부시게 후회하는 나이

생은 처음부터 에피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