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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정영애] 벽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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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65회 작성일 13-01-0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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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이 내리칠 때

그 곳에 하필 대추나무가 서 있을 확률은

태어나기 전의 너와 내가

서로의 운명을 향해 화살처럼 날아가는

마른하늘 번개와 같은 것

오래 기다렸다는 듯

벼락을 껴안고 소금기둥처럼 서 있는 우리

감전 된 서로의 몸에 낙관이 된다

 

 

필연과 우연의 건널목에

어떤 징조처럼 서 있던 흐린 오후

폭우 쏟아질 듯

위태로운 내 생의 정수리에

날벼락으로 내리 꽂힌 너

쿵,

대추나무 한 그루 내 안에서 쓰러지고

캄캄해서 더 절실했던 우리, 몸 붉은 도장이 되었다

돌아보면

그날 오후 그 자리는

벽조목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끝낸 내 안의 생이

진저리치듯

내 검은 운명의 허기를 끌고

찬란한 극치의 그 시간 가운데로

우리를 데려다 놓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