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정영애] 우리들의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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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복음 교회 앞
한 사내가 떨어진 목련꽃처럼 누워 있다
술을 좋아하시던 삼촌
술에 밥 말아 잡숫던 삼촌
아침에도 말술 드시던 삼촌
술잔에 세상 담지 못해
격렬하게 밥상 뒤엎던 삼촌
봄날 꽃잎 떨구 듯 식구들 버리고
끝내 술병 쥐고 잠 드셨던 삼촌
절은 목탁을 두드리며 이름 거두어갔지만
이 봄날,
뿔뿔이 흩어진 식구들 생각나는지
다시 삼촌이라는 이름으로 비틀비틀 부활해서
어느새 교회 앞에서 회개하고 계시네
벽 없는 거리
성인처럼 맨발인 우리들의 삼촌
봄 햇살 누덕누덕 빈병 같은 몸 덮어주자
부끄러운지 모로 돌아눕는 삼촌
삼촌,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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