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정명숙] 내리사랑 2
페이지 정보
본문
신부 입장, 사회자의 안내에
딸 손잡고 발맞추어 걸어 나오던 아버지
몇 걸음 옮기다 휘청거리더니
걸음 멈추고 소리친다.
“어이 데려가, 어이 나와 데려가라고”
하객들의 박장대소에 잠시 머뭇거리던 신랑
성큼성큼 다가와 신부 손 받아 잡고
벙글거리며 입장한다.
내려놓으면 날아갈 것 같은 한 마리 새
신랑에게 데려다 주는 몇 걸음이 천릿길이라
중간쯤에서 걸음 멈춘 아버지 마음,
철없던 딸 하객으로 앉아 뒤늦게 읽고 있다.
외삼촌 손잡고 입장하는 딸 바라보며
연신 눈물 닦아내던 20년 전 내 어머니 마음을
- 이전글[시-정명숙] 부르고 싶은 이름 13.01.05
- 다음글[시-정영애] 속초에는 그리움의 번지수가 있다 13.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