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2012년 [시-정명숙] 유리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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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늘 말씀하셨다.
여자는 유리그릇이라고
거칠게 다루면 쉽게 깨지는
늘 조심조심 다뤄야 하는
입버릇처럼 되뇌시던 말씀에
유리그릇이 된 나는
속내 까맣게 타들어가도
수세미질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시간의 강물 불어날수록
점점 짙어지는 물때
더는 어찌할 수 없어
박박 닦아내니
숨어있었다.
색 바랜 유리그릇 속에
단단한 놋그릇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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