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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2012년 [시-정명숙] 흐려진 기억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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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889회 작성일 13-01-0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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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삼림욕장으로 조성된 등산로

곳곳에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적당한 간격 유지를 위해서 솎아 벤 나무들이다.

한 때는 온 몸으로 피톤치드 뿜어내던

쓰러진 생 위에

하얀 눈 소복이 쌓여있다.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향이 좋다며 지인이 건네준

원통형으로 잘린 소나무토막 하나

내 품에 안긴다.

방금 산을 내려 왔는지 젖은 몸이 차다

 

 

싸늘한 거실 온후하게 감싸주는 솔 향을 맡다

단면에 새겨진 나이테를 세어 본다.

선명한 둥근 원이 밖으로 커 갈수록

흐려지더니 서른아홉을 넘자

원의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들다.

 

 

나무에게도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었나

가지 넓혀 갈수록

간벌될 운명임을 미리 알고 있었나

바람 소리 들린다.

흐려진 기억 속을 맴도는